나 답게 살기 위한 2024년

June 30, 2024

2021년 여름에 처음 시작했던 프론트엔드 개발을 올해까지 정말 한순간도 쉬지 않고 해왔다.

내 삶은 개발밖에 없었고, 항상 코딩 생각밖에 안하고 살았기에 개인적인 생각과 이야기를 적는 공간이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올해에 들어서는 개발자로서 성장하는 것도 좋지만, 사람으로서 성장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

그래서 그동안은 Velog에만 글을 적었었는데, 앞으로는 개발자로서의 내가 아닌, 나라는 사람의 이야기도 적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기에 블로그를 새로 만들게 되었다.

앞으로는 그동안 머릿속에만 갖고 있던 생각들을 조금씩 글로 써보려고 한다.

특히 이 글은 첫 글인 만큼, 내가 요즘 가장 많이 하는 생각이자 고민을 전부 적어보려고 한다.

(평소 내 모습과는 다르게 조금 어두운 주제로, 누군가는 읽으면서 어색함과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으니, 미리 양해를 구한다.)




나답게 살자

난 비교적 어린 나이에 사회에 발을 들이게 되었는데, 운이 좋게도 최고의 팀과 팀원들을 만나서 큰 스트레스 없이 회사 생활을 할 수 있었다. 덕분에 난 회사에서 나 답지 않은 모습보단 나 다운 모습을 더 보여줄 수 있었고, 내가 하고 싶은 말들과 행동들을 조금 더 자유롭게 할 수 있었다.

난 사실 어릴적에는 남 눈치를 보지 않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몰랐다. 소심한 성격 탓에 하고 싶은 말이나 행동이 있어도 하지 않는 친구들에게 눈치보지 말고 그냥 해! 라는 말을 해도, 항상 눈치를 보는 친구들을 보면 이해가 잘 되지 않았었다.


하지만 나는 사실 대담하거나 용기가 있던 것이 아닌, 그저 눈치를 많이 보는 친구들보다 생각이 짧았던 것 뿐이다.

내가 하는 언행들이 남들에게는 어떻게 보일지, 나라는 사람이 남들에게는 어떻게 비춰질지를 전혀 걱정하지 않았었기에 그런 대담함이 가능했던 것이다.

조금 더 정확히 말을 하자면, 내가 좋은 의미에서 얘기하면 남들에게도 좋게 들릴 것이고, 내가 좋은 목적으로 갖고 행동하면, 남들에게도 좋은 목적을 위한 행동으로 보일 거라고 생각했었다.


어릴적의 나는, 이 세상은 내가 잘하기만 하면 모두와 친구가 될 수 있는 세상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세상은 그렇게 돌아가지 않는다.

  • 내가 좋은 목적을 갖고 한 행동들이 어떤 사람에게는 좋지 않게 보일 수도 있다.
  • 내가 좋은 목적을 갖고 한 말들이 어떤 사람에게는 기분 나쁘게 들릴 수도 있다.

난 이 사실을 고등학교 시절 좋지 않은 경험으로 깨닫게 되었다.

친한 친구라고 생각했던 몇몇 아이들이 사실은 나의 뒤에서 내가 좋은 목적을 갖고 누군가를 도우면 영웅심리라며 나를 욕했고, 모두와 잘 지내던 나를 가식적이라고 표현했으며, 내가 노력하여 잘하게 된 것을 불공정한 방법으로 잘하는 거라고 모함했다.

친구인줄 알았던 존재들에게 거의 따돌림을 당하다시피 했던 나는 충격을 받았고, 그 이후부터 조금씩 혼자 지내는 것을 선호하게 되었다.

내가 하는 모든 행동들은 남들에게 실시간으로 평가를 받는다고 나도 모르게 생각하게 되니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이 쉽지 않았고, 친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뒤에선 나를 욕하고 있지는 않을지 걱정하게 되었다.



최근 읽은 책에서는 이러한 상처을 작은 트라우마라고 부른다.

작은 트라우마는 "트라우마만큼 생사를 좌우할 만큼 충격적이지는 않지만, 한 사람의 일상 생활에 영향을 줄 정도의 상처"를 말한다. [오늘도 남의 눈치를 보았습니다]



이 작은 트라우마로 인해 눈치를 전혀 보지 않던 나는, 어느새 누구보다 눈치를 정말 많이 보는 사람이 되었고, 그로 인해 대학시절부터 나는 말이 없고 조용한 사람이라는 평가를 정말 많이 받았었다.

근데 난 사실 내가 이러한 작은 트라우마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지 얼마 안됐다.

나이를 먹으면서 자연스레 철이 들어서 이렇게 조용해졌나? 라고 생각을 하며 지내왔는데, 사실은 작은 트라우마로 인해 내가 내 행동들에 나도 모르게 제약을 걸고 있던 것이다.


올해 초부터 급격하게 회사 상황이 안좋아지면서 회사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게 되었다. 하지만 정말 감사하게도 활발하고 긍정적인 팀원분 덕분에 팀 분위기가 좋게 유지될 수 있었고, 팀원들끼리 자연스레 더욱 친해지게 되었다.

팀원들이랑 친해지다보니 나도 예전보다 말을 조금씩 더 하고 조금씩 눈치를 덜 보면서 지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는데, 출근길이 싫지 않고, 퇴근길을 아쉬워하는 내 모습을 발견하고 내가 생각보다 더 회사 생활과 이 분위기를 즐기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게 되었다.

그때부터 나는 내 본래 성격이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이 많아졌다.

과연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을 즐기는 것이 맞을까?


나는 이 고민을 하기 시작한지 벌써 두세달 가까이 지났고, 현재까지 내린 결론으로는 그렇지 않다이다.


나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사람을 좋아했고,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사람과 말하고 장난치는 것을 좋아했다.


다만 학창 시절 생긴 작은 트라우마로 인해 나도 모르게 사람을 경계하고 의심하고 있었고, 또 상처받을까봐 두려워하고 있던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 삶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나를 힘들게 하는 작은 트라우마를 이겨내고 싶었고, 예전의 다시 돌아가고 싶었다.

그렇기에 나는 이 작은 트라우마에 대한 원인과 해결책을 찾기 위해 근 몇개월간 인간관계와 심리학에 대한 책을 정말 닥치는대로 읽으며 많은 생각을 했고, 그 덕분에 앞서 이야기했던 눈치를 많이 보게 된 원인에 대해서 인지할 수 있게 되었다.


더불어 깨닫게 된 점이 하나 있다.

내가 타인을 보며 사사건건 평가하고 비판하지 않는 것처럼, 대부분의 사람들은 내 행동 하나하나를 보며 평가하고 비판하지 않는다.


다만 대부분의 사람이라고 적은 이유는, 그런 사람들이 세상에 분명 존재하기 때문이다.

심리학에서는 이러한 사람을 평가 체질의 사람이라고 부른다.

이러한 사람들은 이기적이고 못됐지만, 동시에 가장 불쌍한 존재이다.

평가 체질의 사람은 삶을 살면서 항상 누군가에게 평가를 받으며 살아왔기에, 사고의 흐름이 평가로 이어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따라서 평가 체질의 사람을 상대하는 경우, 저 사람은 나한테 왜 저러지? 라고 생각하며 힘들어 하는 것이 아닌, 어떤 삶을 살아왔길래 저렇게 되었을까를 생각하며 연민을 느끼는 것이 더 맞다고 볼 수 있다.




2024년 하반기를 맞으며

벌써 2024년의 상반기가 끝이 났다.

2024년 상반기는 내 인생에서 가장 정신적으로도, 그리고 육체적으로도 힘들었던 시기이다.

하지만 동시에 사람으로서 가장 많은 성장을 하게 된 시기이다.

2021년도부터 2023년까지 개발자로서 엄청나게 가파른 성장을 했다면, 2024년은 개발자이기 전에 사람인 가 성장을 하는 해이다.

상반기가 나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되돌아보며, 내가 어떠한 문제들을 마주하고 있었는지 깨닫는 시기였다면,

하반기는 그 문제들을 해결해나가며, 내가 사람으로서 성장을 하는 시기가 될 것이다.